지난해 참전군인 구술활동을 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바쁘게 글을 쓰고 사진도 잘 찍어 넣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2주 동안 우리에게 이야기 들려준 분들을 뵙고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그저께 해병대 출신 참전군인을 만났습니다. 텃밭에 심은 채소가 잘 자랐는데 언제 먹으러 올거냐고 통화하던 분입니다. 겸사겸사 사진도 찍고 안부도 확인하고 잘 되었다 싶어 일정을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뵙고 살아온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긴 시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국회에서 부결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상정되면서 찬성 2/3 이상을 넘겨야 하는데 17표가 모자라 부결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장소에 붉은 모자와 옷을 입은 분노한 해병대 출신 제대군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5월 2일 채상병특검법 국회 통과 때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해병대 후배들의 활동이 사뭇 맘에 드는 눈치였습니다.
마침 우리가 만난 날은 2022년에 기념일로 지정된 ‘해외파병 용사의 날’이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는 줄 아시냐고 질문해 보았습니다.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입니다. 5월 29일을 전후로 참전 관련 단체와 지자체가 주최하는 기념행사 소식이 더러 보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과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희생과 헌신,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에 감사한다는 취지로 생겨난 날입니다. 또 하나의 ‘호국 보훈'의 날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국방부는 2010년 제정된 PKO법을 비롯해 2016년 해외파병법을 추진하는 등 상시적으로 해외에 군대를 보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국방부 훈령에 따라 전 세계에 군대가 나가 있습니다. 이미 국군 개별 파병에 대한 국회 통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1964년 베트남전 파병 이래 전 세계 14개국에 36만 4461명(2020년 기준, 국방부) 규모의 한국군이 나가 있습니다. 베트남전쟁 한국군 파병을 전시하는 곳곳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국회 동의 문건과 전쟁 결과에 대한 의미 부여가 보입니다. 그렇게 해외파병의 명분을 세계평화유지와 국익증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1964년 첫 해외파병인 베트남전쟁 역사는 국방부의 적극적인 해외파병 추진 위에 깨지지 않는 신화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폭력과 비극의 역사는 외면한 채 말입니다.
국토방위를 넘어서는 군대의 이동과 다른 국가의 분쟁에 대한 개입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지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참전군인, 그리고 가족,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해외파병 용사의 날’은 해외파병의 당위와 명분을 위한 또 하나의 '호국 보훈'의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