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

아카이브평화기억이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시간 참 빠릅니다. 처음 길을 나서며 매년 참전군인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기록하고 함께하겠다는 포부를 가졌어요. 그리고 시민참여형 구술활동과 여러 평화 활동을 기획하고 여념 없이 한 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 뜻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분들이 생겨 힘이납니다. 무엇보다 그 길에 가장 큰 힘과 응원을 주는 것은 한 분 한 분의 후원회원님이랍니다.😎

지난해 아카이브평화기억은 다음세대재단과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지원으로 '평화와 인권의 눈으로 만나는 베트남전쟁'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평화활동을 펼쳤어요. 카카오 같이가치에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캠페인'으로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모금을 열고 많은 시민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지원으로 구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온라인 아카이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해로 만들어 갈 꿈을 꾸고 있답니다. 이 모든 활동은 든든한 곁이 되어주는 후원회원님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호에는 지난해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에 대한 현황과 1년 동안의 살림살이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아카이브평화기억을 후원하고 함께하는 분들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만나봅니다. 오랜만에 <월남으로 간 동창생>의 주인공 ‘동창생’들을 뵙고 왔어요. 동창생들의 소식도 전합니다. 전쟁의 북소리가 끊이지 않는 세계, 전쟁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이자 일상에 스며있는 것임을 순간마다 느낍니다. 올해도 아카이브평화기억은 함께해 주시는 분들과 더불어 꾸준히 평화로 걷겠습니다. 2024년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 영상으로 전달되는 전쟁터의 참혹함을 목격하며 삶의 어느 순간에 전쟁을 겪은 이들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질까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 앞에 참전군인 오경열은 반세기전 베트남전쟁의 처참했던 상황들이 떠올라 밤잠을 설칩니다. 이스라엘군이 쏘아 올린 대량살상무기 백린탄의 섬광은 50년 전 베트남에서 사용된 네이팜탄의 기억을 불러옵니다. 전쟁으로 이어지는 ‘힘에 의한 평화’를 단호히 거부하며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자’는 오경열 참전군인의 글을 만나봅니다.

얼마 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학살을 심리하는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집단학살 범죄 예방 및 처벌 협약’을 위반한 혐의로 이스라엘을 제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지난 1월 11일 UN Web TV로 법정이 전세계에 생중계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노사이드의 증거 영상으로 송출된 이스라엘 군인들의 군가를 들으며 적대, 혐오, 증오와 같은 전쟁 기제가 개별 존재들을 지워내며 공동의 적대감과 소속감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해 아카이브평화기억 구술활동공유회에서 만난 참전군인 개개인의 전쟁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 자리는 기억되지 않는 전쟁 기억과 전쟁의 일상성, 잊힌 존재들을 인식하는 자리였습니다. 전쟁이 용맹함의 서사나 건조하고 깔끔하게 상상되지 않도록, 스펙터클에 가려진 전쟁의 참상을 마주합니다.  

오랜만에 익산을 다녀왔습니다. <월남으로 간 동창생들> 책이 나온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직접 만나 드리고 싶은 마음에 늦은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책을 받아든 동창생들의 반응은 ‘욕봤네’ ‘애썼네’와 같은 격려의 단어였습니다. 책으로 나오기 전 원고를 직접 읽어드리며 내용 확인과 소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부상마을 임OO 어르신 부부와 오산 김OO 어르신 부부의 반응이었습니다. 말이 글이 되어 돌아올 때, 그것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해 봅니다. 아무 말 없이 귀 기울여 듣던 그분들은 아주 짧은 단어와 긴 한숨으로 소감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그 공간에서 느끼는 소통과 공감의 언어를 글로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 1년 남짓한 시간, 부쩍 수척해진 동창생들을 만나며, 다시금 시간을 재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