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아카이브평화기억 기획, 2025년, 알록출판사)이 나오고 서점가에서 집계하는 책 판매율과 분류를 관심 있게 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출간 후 한 온라인 서점 판매 순위에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역사 중에서도 ‘한국 근현대사'가 아닌 ‘아시아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왜일까? 베트남전쟁 한국군 참전 역사를 한국의 ‘과거사’로 다루지 않는 데 대해 질문을 가지고 있던 터라 더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함께 아시아사로 분류된 책 목록을 보니 베트남전쟁과 관련한 책들이 이 분류 아래에 묶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연루됨’에 대해 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분류는 한국 사회가 이 전쟁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토크 현장에서도 베트남전쟁 역사가 한국의 과거사로 인식되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런 경향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화위’) 활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일어난 하미마을 학살 피해자와 유족이 2022년 4월에 진화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진화위는 이 사건이 ‘진실규명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고, 현재 이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진실규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진화위 안팎의 결정과 판단은 그 대상이 외국인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베트남전쟁을 한국의 과거사 의제로 주요하게 바라보지 않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곧 열리는 열리는 항소심 판결(8월13일)도 어떻게 나올지 관심있게 지켜보려 합니다. 진화위 활동의 근거법인 과거사정리법은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 사건'(2조4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시기에 발생한 베트남전쟁 참전 역사 또한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피해가 외국인에게 미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신속 출범을 약속한 3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과거사 문제를 '국경'이나 '국민'으로 제한하지 않고 총체적 국가책임을 논하길 기대해봅니다.

이번 호에는 책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 발간에 맞춰 진행한 북토크 현장과 일본 필드워크 소식을 담았습니다.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 규명을 위한 국회 토론회 현장과 관련 발제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함께 읽고 싶은 글도 몇 개 실었습니다. 짧은 평화에는 광복 80년이자 히로시마와 나가시키 원폭 투하 80년이 되는 올해, 조선인 원폭 피해자의 현재를 조명한 기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에 쓰이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판매하고 있는 HD현대에 대한 기사, 베트남전 진실규명에 대한 연속 기획 기사도 실었습니다. '연결'과 '연루됨' 을 감각하며 평화를 만나보세요. 🔔

2025년 6월 말에 책이 나오고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만든 이들의 손을 떠나 길을 나선 책이 독자와 어떻게 만날까 궁금하고도 설렘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북토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기대보다 큰 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언론도 관심있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은 전쟁의 기억을 개인의 기억에서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책은 국가주의적 역사 서사를 해체하면서도 이들의 책임과 인간적 모순을 성실히 기록한다. 동시에 '누가 누구의 전쟁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되묻는다.” 6월 말부터 7월까지 네 번의 북토크로 책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을 함께 읽었습니다. 책을 쓴 필진과 구술에 함께한 참전 군인과 가족, 추천글을 써 준 분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한 이야기 자리를 소개합니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일본 도쿄로 필드워크를 다녀왔습니다.  아카이브평화기억 활동가와 회원, 공론장 기획팀 등 8명이 함께 꽉찬 일정을 보내고 왔어요. 이번 필드워크는 지난해 4월 열었던 공론장에 배경을 두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전후'(戰後), 과정으로서의 책임과 해석(김수용 강연)’ 이후 '중귀련(중국귀환자연락회)' 탐방과 교류를 실천해보고자  1년만에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에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50년 행사, WAM (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도 방문할 수 있었어요. 야스쿠니 신사와 쇼케이칸(상이군인 박물관)을 방문해 국가와 전쟁 기억에 대해 두루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우리는 이번 필드워크를 통해 일본 사회의 ‘전후’에 대한 고민을 만났습니다. 3박 4일간의 여정이 함께한 이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따라가봅니다. 

지난 6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 규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 준비 중인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군인 등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특별법안'을 살펴보는 자리였습니다. 이 법안은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과 관련해 오랜 기간 의혹으로 제기되어 온 민간인학살 사건을 비롯해 병사들의 전쟁 동원부터 귀환 이후까지 베트남전쟁에 얽힌 인권 침해적 요소를 두루 조사하여 진실 규명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발제한 '베트남전 파병 군인의 전쟁 동원과 귀환 이후, 국가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은 지난 5년여 기간 동안 진행한 참전군인 구술 활동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쟁 참전 기록인 ‘파월한국군전사’의 숫자들에 대한 의문과 병사들의 전쟁 동원과 귀환 이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결은 아카이브평화기억 구술 공유회부터 공론장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우리 단체 후원 회원입니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 북토크에도 빠지지 않고 자리해 책 두 권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왜 두 권을 구매했냐는 질문에, “베트남전쟁에 관심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선물하고 싶었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 책의 주인은 누가 되었는지 궁금해하니 전쟁과 평화에 관심갖고 공부하는 대학 후배에게 주었다고 하네요. 인연과 만남을 소중히 청년 한결을 만났습니다.

아카이브평화기억의 활동 소식과 행사 정보를 더욱 가깝고 빠르게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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